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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쿠로ts] 아가씨 (1)

집사 아카아시 x 주인집 아가씨 쿠로오ts



*쿠로른 배포전에 나오는 중철본 샘플입니다.

**내용 및 비문등은 추후 임의로 수정될 수 있습니다.

***급한 개인사정으로 짧게나마 1차 퇴고가 끝난 부분을 올립니다. 빠른 시일내에 내용 추가하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1.

을씨년스러운 주변 풍경에 금방이라도 폭설이 쏟아질 듯 했다. 회색 구름이 잔뜩 끼어 그렇지 않아도 쌀쌀한 날씨에 칙칙함마저 더해졌다. 바람까지 불면 더 분위기가 사나워졌을테지만 다행히 공기는 죽은듯이 멈춰있었다.

쿠로오가에서는 주인 부부의 여행 마중이 한창이었다. 이제 막 생일이 지나 갓 성인이 된 딸을 두고 기다렸다는 듯이 여행 채비를 시작한 것이 벌써 한 달 전의 일이었다. 현관의 단단한 돌계단 앞으로 커다란 짐마차 두 대가 세워져있었다. 

"다녀오세요."

"그래. 집 잘지키고 있어야 한다."

백작 지위를 지닌 쿠로오의 아버지는 그래도 다정한 사람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곱게 차려입고 저희를 배웅하는 딸아이의 머리를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툭하고 쓰다듬었다.

"케이지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그렇지?"

"네.."

"이러다 늦겠어요! 어서 가요. 여보."

금슬 좋은 백작 부부는 서로의 얼굴만 보아도 웃음을 터뜨렸다. 쿠로오의 어머니는 이미 저 혼자 인사를 마치고 마차에 오르는 중이었다. 어느새 자리를 다 잡았는지 문 밖으로 얼굴만 빼꼼 내밀어 새된 소리를 냈다.

"하하. 그럼 우린 가보마. 잘 부탁하네."

"네. 부디 몸 조심히 다녀오시길."

백작은 새까만 연미복을 입은 집사에게 딸아이를 잘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부인을 따라 들뜬 표정으로 마차에 올랐다. 멀리서 울리는 까마귀 소리가 유행가라도 되는마냥 백작의 콧잔등이 연신 씰룩거렸다.

다그닥 다그닥. 

곧 화려한 마차가 정원을 가로질러 사라졌다. 쿠로오는 자리를 뜨지 않고 제 부모가 떠나는 모습을 마지막까지 지켜보았다. 이제 다시 제 양친의 얼굴을 보려면 적어도 한 계절은 지나야할 터였다.

"드디어 가셨네요."

"..."

"날이 추우니 안으로 들어가시죠. 아가씨."

유난히 젊은 듯한 집사는 어쩐지 축 처진듯한 쿠로오를 데리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훈훈한 실내공기에 추위에 굳어있던 몸이 따뜻하게 풀어졌다.

"옷부터 갈아입으시죠."

쿠로오와 집사는 온갖 치장으로 거치적 거리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2층에 자리한 드레스룸으로 자리를 옯겼다. 딱딱한 대리석 바닥에 또각거리는 구두소리가 울려퍼졌다.

드레스룸에는 붉은 색부터 파랑, 보라, 검정에 이르기까지 색색깔의 드레스들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부유한 백작가의 드레스룸 답게 관리가 잘 된 옷들은 전부 새 것처럼 윤기가 흘렀다.

"오늘은 부인이 안 계시니 아가씨가 직접 고르셔도 됩니다." 

"..내가?"

"네. 마음에 드는 게 없으세요?"

쿠로오가 대답을 망설이자 집사가 다시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쿠로오는 잠시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으나 이내 드레스룸 구석에서 먼지가 잔뜩 쌓인 상자 하나를 꺼내어 왔다. 

"기억하고 계셨네요.. 오래되서 잊어버리신 줄 알았는데."

집사는 쿠로오가 건넨 상자를 받아들며 작게 웃음을 흘렸다.

"갈아입고 올게."

"아뇨. 먼지가 이렇게 쌓여서야 바로는 입기는 힘들 것 같네요."

일단 벗으시죠. 집사는 상자 겉부분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말했다. 사용한 지 오래된 물건인지 하얀 장갑에 새까만 먼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여기서?"

"아가씨. 되묻는 것은 안 좋은 습관이라고 분명 말씀드렸는데. 옷은 세탁해서 가져다 드릴테니 방에서 기다려주세요."

집사는 먼지 가득한 상자를 들고 깍듯한 인사와 함께 먼저 드레스룸을 빠져나갔다. 혼자 남은 쿠로오는 입술을 꾹 닫은 채 짧은 고민에 휩싸였다. 지금 옷을 벗은 채 밖으로 나가면 2층을 청소하는 메이드들과 틀림없이 마주칠 터였다.

쿠로오는 어쩔 수 없이 울상을 지으며 일단 옷을 벗어내렸다. 엄격한 집사덕에 쿠로오는 다른 부유층 아가씨들과 달리 혼자서도 능숙하게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다. 오늘은 유난히 장신구도 많은 편이었지만 벗기가 망설여져서 그런지 그렇게 귀찮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떼어낸 장신구는 가지런히 모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가는 손끝으로 목 언저리의 붉은 리본을 풀어냈다. 길게 자란 머리가 거추장스러워 갈아입는 동안 묶어두려고 한 것이었다. 어설프게 틀어올려진 머리 아래로 쿠로오의 매끈한 목선이 드러났다. 

등뒤로 손을 뻗어 매듭을 풀어내니 허리 윗부분의 옷자락이 힘없이 흘러내렸다. 혼자서도 풀 수 있도록 끈을 길게 늘여놓은 탓에 살짝 당기기만 해도 손쉽게 풀어낼 수 있었다. 잘 훈련된 메이드들의 솜씨였다. 벗겨진 드레스는 무거운 무게에 푹하고 아래로 꺼졌고, 코르셋이 없는 탓에 쿠로오의 어린 맨가슴이 그대로 밖으로 드러났다.

쿠로오는 차마 아래의 속바지 마저 벗기에는 용기가 안나서 잠시 쭈뼛거리며 벗은 옷가지를 대충 정리해 한편으로 밀어두었다. 지난 한 달간은 여행준비로 백작부부가 집안에 있던 탓에 이런 상황은 꽤 오랜만의 일이었다. 원래라면 사용인들이 다 잠자리에 들고난 후에나 시작했을테지만 지금은 무려 훤한 오전시간이었다. 역시 며칠 전의 화가 전혀 풀리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정말이지 깐깐하기 짝이 없는 집사였다.






꽁치빌라 건물주 twitter: @rin_kkong 에스크&리퀘: asked.kr/krn6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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