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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구쿠로] 믿기지 않겠지만 신혼입니다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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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편은 드디어 꾸금..! 





띠리릭-

도어락의 잠금 해제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혀있던 현관문이 찔끔 열렸다. 문틈 사이로 쿠로오의 얼굴이 보였다. 한 짐 가득 싸놓은 캐리어를 질질 끌고, 가까운 길도 멀리 돌아오는 신공을 발휘하며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애초에 켄마의 집과는 거리가 멀지 않아 금세 아파트 현관 앞에 다다랐다.

끼익-

-......나.. 왔어..

쿠로오는 빼꼼 얼굴만 내밀어 집안을 살폈다. 유난히 조용한 것이 폭풍전야라는 느낌이라 더 들어가기가 꺼려졌다. 조심조심 신발을 벗고 소리가 나지 않게 캐리어를 안아든 채 거실로 들어갔다. 일단 잘못한 것이 있으니 절로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

다행히도 거실에는 스구루가 없었다. 욕실에서 작게 물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샤워중인 모양이었다. 쿠로오는 걱정스러움에 소파에 앉지도 못하고 주위에서 다리를 동동 굴렀다. 지금이라도 다시 도망치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그 짧은 시간에 백번도 넘게 들었다. 용서를 구한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쿠로오가 잘못했다고 한들 스구루 성격에 ‘그래, 그랬구나.’하고 조용히 넘어갈 리가 없었다. 본인이 원하는 방식의 사과, 아니 벌이 아니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결국 쿠로오는 모든 건 시간이 약이라는 기적의 합리화로, 다시 집에서 도망치기 위해 캐리어를 안아들었다. 그리고 쿠로오가 엉거주춤 허리를 들어 올리던 순간 ‘덜컥’하고 욕실 문이 열렸다. 스구루였다. 쿠로오의 심장도 ‘덜컥’ 바닥으로 떨어졌다.

...

둘의 눈동자가 허공에서 마주쳤다. 스구루는 쿠로오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입꼬리를 씩 끌어올려 웃었다. 쿠로오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등 뒤로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스구루의 두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스구루는 저벅저벅 쿠로오에게 다가갔다. 아직 덜 마른 머리카락에서 지나는 곳마다 물방울이 떨어졌다. 쿠로오는 차마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제 다 틀렸다.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이 앙 다물어졌다.

스륵.

쿠로오의 손에서 캐리어가 힘없이 빠져나갔다. 스구루는 방해되는 캐리어를 거실 저편으로 밀어버리고, 쿠로오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완벽한 퇴로봉쇄였다. 스구루의 축축한 손이 쿠로오의 턱을 잡아 올렸다. 다시 둘의 눈이 마주쳤다.

-늦었네?^^

-최..대한 빨리..온 건데....^^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스구루는 알몸에 수건 한 장을 걸친 채였다. 평소에는 귀한 몸 보여주기 싫다며 칼같이 옷을 챙겨 입고 나오더니, 진짜 제대로 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쿠로오의 목울대가 꿀꺽하고 긴장으로 출렁였다.

-오..오늘따라 더 못생겼네..?(하트)

-..흐응- 오늘따라..더...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다급

덥석.

쿠로오의 양 손목이 스구루에게 잡혔다. 덥지도 않은데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기분이 좀 풀릴까 싶어 답지 않게 애교라도 부려보려 했건만 이 입이 방정이었다. 역시 사람은 안하던 짓을 하면 안 된다. 잘생겼다는 말도 모자랄 판에 못생겼다니! 평소에 입 털던 버릇은 어디 안 간다고 지금의 쿠로오가 딱 그 짝이었다.

털썩.

스구루가 조금 힘을 주자 쿠로오의 몸이 스르르 뒤로 넘어갔다. 폭신한 소파의 감촉이 엉덩이에 닿았다.

-...

스구루는 잡은 양팔을 쿠로오의 머리위로 고정시키고, 상체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에 가지고 갔다. 코끝이 닿을락말락한 거리였다.

나비야-

스구루의 느긋한 부름에 쿠로오가 목뒤를 빳빳이 굳혔다. 평소 제가 제일 싫어하는 호칭이었지만 지금 들으니 한 편의 호러가 따로 없었다.

-씻고 나와. 혼자서 할 수 있지?

끄덕끄덕. 쿠로오의 고개가 재빨리 아래위로 움직였다. 스구루가 주는 최소한의 배려였다.

 




꽁치빌라 건물주 twitter:@rin_k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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