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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구쿠로] 믿기지 않겠지만 신혼입니다 01

트위터 업로드분


:뱀수인 스구루×냥수인 쿠로오

*소재는 멋찐 요연님이 주셨습니다(꾸벅



쿠로오는 ‘고양이’ 수인이었다. 평균을 웃도는 큰 키 탓에 그를 처음 본 사람은 의아해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10분이라도 쿠로오와 같이 있어본 사람은 알았다. 그 나른한 눈매와 늘씬한 체격은 누가 뭐래도 유혹적인 ‘고양이’의 것이라는 걸. 어떤 이들은 보일 리 없는 혼현의 귀와 꼬리가 흔들리는 기분이었다고 말하곤 했다.

덕분에 쿠로오는 사내에서도 ‘암암리에’ 인기가 많았다. 그래, 딱 ‘암암리에’. 직접 마음을 고백하는 이는 없었지만 혼자 마음에 담고 있는 이는 많았다는 뜻이었다.

사실 처음 입사한 초창기에는 당당히 고백해오는 이들도 꽤 있었다. 회사 옥상은 물론이고 뚝 떨어진 꼭대기 층 화장실, 심지어는 쿠로오가 일하는 마케팅부의 사무실에 이르기까지, 쿠로오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추파를 던질 장소가 됐다.(물론 그중에 쿠로오가 사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 고백이란 고백은 전부 뚝 끊겨 버렸기 때문이었다. 쿠로오는 다행이라며 안심했지만 회사에는 고양이를 건드리면 뱀한테 물린다는 흉흉한 소문만이 남았다. 그리고 쿠로오에게 사귀는 사람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었다.


작년 봄, 쿠로오는 모두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상대는 같은 입사 동기였던 ‘다이쇼 스구루’. 지금은 당당히 팀장자리에 올라있는 젊은 인재들 중에 한 명이었다. 당연히 업무능력이 탁월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 뱀 수인이라는 점이 컸다. 흔히 말하는 금수저에 가까웠다.

쿠로오와 스구루는 입사 직후부터 장장 3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매일 눈만 맞아도 으르렁거리기 바빴던 두 사람이었기에 회사 동료들은 갑작스런 청첩장을 믿기 힘들어했지만 그리 놀라울 것도 없었다. 그 둘을 오랫동안 알아온 주변인들은 ‘드디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기 때문이었다.(그동안 시달린 게 많았던 탓이다.)

친한 주변인들은 그 둘만 있을 때의 공기가 얼마나 달라지는 지 아주 잘 알았다. 쿠로오가 술에 취하면 벌어지는 그 말도 안 되는 일들을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니고, 이젠 그냥 익숙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밥을 먹고 양치질을 하듯 흔한 일상이었다. 

무려 3년이나 걸려서야 결혼식이라니 그 동안 해왔던 민폐..아니, 행동들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해방 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쿠로오의 소꿉친구인 켄마 역시 그 피해자중 한 명이었다. 쿠로오의 결혼식날에는 이제 귀찮은 일은 그만이라며 답지 않게 홀가분한 기분까지 들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켄마의 작은 바램은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혼을 해도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아 버린 탓이었다.

띵-동, 띵-동. 켄마! 문 열어줘..!

그 증거로 이른 아침부터 현관문이 시끄러웠다.


**

왜 왔어.

그게..

아침 6시 반. 켄마는 졸린 눈꺼풀도 채 떼지 못한 채 현관에서 쿠로오를 맞았다. 짐을 한 보따리 싸들고 온 것을 보니 이번엔 아예 눌러앉을 모양이었다. 이를 본 켄마의 표정이 절로 찡그려졌다.

켄마, 나 한 일주일만..

안 돼.

둘은 거실로 자리를 옮겨 얘기를 나눴다. 사실 일방적인 애원에 가까웠지만 사소한 것까지 물고 늘어지기엔 귀찮았다.

그럼.. 5일..!

안 돼.

3일..!

...

그래, 그럼 딱 하루만 있다 갈께. 제발..

켄마는 테이블 맞은 편에 앉아 울상을 짓고있는 쿠로오의 모습에 푹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또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보나마나 또 쓸데없는 일로 싸우고 왔을 게 뻔했다.

또 왜 싸웠는데..

아니.. 딱히 싸운건 아니고...

그럼?

어...생존을 위한 가출이랄까..

..가출?

요즘 나만의 시간이 너무 없어서 말이야..하하..
쿠로오는 켄마의 의심섞인 눈초리를 피해 요리조리 고개를 돌렸다. 생존을 위한 가출은 뭐고, 나만의 시간은 또 뭔지 대답에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았다.

똑바로 얘기해, 쿠로.

아니.. 진짜 별 일 아니라니까..?

그럼 집에 가.

켄마의 단호한 목소리에 쿠로오가 흠칫 몸을 굳혔다. 확실히 쿠로오가 잘못한 것은 맞았다. 황금같은 주말에, 그것도 이른 아침부터 들이닥쳤으니 그게 누구라도 반가울 리가 없었다. 

그래도 말하기 곤란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쿠로오는 애꿎은 입술만 잘근거리며 갈등에 휩싸였다. 사실대로 말하면 켄마가 더 싫어할 게 눈에 선했다.

쿠로오.

켄마가 작게 채근하자 그제야 쿠로오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한테...서 그래.

어차피 아쉬운 쪽은 정해져 있는 것이었다.

쿠로, 안 들려.

아니..그러니까...그..한테 ..와서...

쿠로오는 시선은 땅바닥에 고정하고 개미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평소의 능글맞은 목소리는 다 어디로 갔는지 너무 작아서 무슨 말인지 잘 들리지도 않았다.

뭐? 안들린..

아.. 정말..!!



그 뱀새끼가 발정기와서 그래!! 난 XX하기 싫다고!!!😢

...

대뜸 쿠로오가 빨개진 귀를 하고 소리쳤다. 아니나 다를까 켄마의 표정이 저 아래 쓰레기통으로 곤두박질친것은 한순간의 일이었다.


**


..그러니까 XX하기 싫어서 가출?

(끄덕

쿠로오, 바보야?

켄마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쿠로오를 쳐다봤다. XX가 하기 싫으면 스구루한테 말을 해야지,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제 집에 쳐들어올 게 뭐란 말인가. 더구나 오늘은 둘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스구루가 가만있지 않을 게 뻔했다. 똑같이 이리로 쳐들어올 터였다.

그리고 싸우겠지.

작게 혀를 찬 켄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핸드폰을 들었다.

..켄마? 전화할 거아니지..?

쿠로오.

어..?

그냥 사실대로 얘기해.

켄마..!!

역시 이런 건 먼저 이실직고하는 편이 좋았다. 켄마는 얼굴이 새하얘진 쿠로오를 두고 급히 연락처를 뒤져 스구루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한두번 연락한 사이가 아니다 보니 찾는 것은 빨랐다.(8할은 취한 쿠로오탓이고, 나머지 2할은 취해서 우는 쿠로오 탓이었다.) 그리고 약속한 것이 있기도 했다.

뚜르르르-

쿠로오가 다급히 전화기를 뺏어들었지만 신호는 이미 가고 있는 중이었다. 종료버튼이라도 누르려 손가락을 뻗어봐도 스피커에선 이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거기냐?

서늘한 목소리에 놀란 쿠로오가 핸드폰을 손에서 떨어뜨렸다. 'X됐다.' 세 글자가 크게 머릿속에 박혀들었다. 덥지도 않은데 식은 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쿠로오의 기억속에 자신이 적어놓고온 쪽지가 슥하고 지나갔다. 

이렇게 일찍 걸릴줄이야. 켄마가 스구루에게 바로 전화를 걸다니, 정말이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켄마를 너무 신뢰한 쿠로오의 계산 미스였다.

그래..더 찾을 것도 없겠네. 듣고 있지, 지금?

...

내가 정말.. 어이가 없어서..

쿠로오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 이를 악물고 웃고 있을 스구루의 표정이 눈 앞에 그려졌다.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동안 많이 부족했나봐? 응?

...

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어? 아~ 그래서 술 쳐마시고 다녔구나, 우리 고양이새끼가.

...

'제대로' 짝짓기하려고..그치? 그래서 애새끼마냥 집도 나가고.

스구루의 신랄한 말투에 어느샌가 쿠로오는 얌전히 무릎을 꿇은 채였다. 절로 표정도 굳었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너무 꿈도 희망도 없었기 때문이다. 할 수만 있다면 과거의 자신을 멱살이라도 잡아 짤짤 흔들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야.

...

제 발로 들어와라?^^*


아무래도 이번 가출은 대실패였다.



_continued



꽁치빌라 건물주 twitter: @rin_kkong 에스크&리퀘: asked.kr/krn6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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