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스구쿠로] 고양이줍이 intro.


※대학생 스구루×고아 쿠로오



0.

“너 이 새끼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죄송합니다.”

쿠로오의 까만 머리칼에서 차가운 물이 뚝뚝 떨어졌다. 알싸한 냄새를 보니 술인 모양이었다. 추운 날씨에 몸이 벌써 으슬으슬 떨려왔지만 쿠로오는 차마 얼굴에 묻은 물기조차 닦아낼 수가 없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계속 내뱉어야했다. 그 앞에서 윽박지르고 있는 나이든 사장은 그의 처량한 몰골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사정사정을 하길래 뽑아놨더니 아주 장사를 말아먹으려고 작정을 했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게 제일 VIP한테 술을 부어? 제정신이야? 돌았어?”

“..죄송합ㄴ..”

“이따위로 일하고 돈은 돈대로 받아쳐먹으려고. 아주 요즘 젊은 놈 새끼들은 돈독만 올라가지고 무서워죽겠어. 오늘부로 해고야!”

“..해고요?”

"그래! 당장 옷 벗고 나가.”

고개를 숙이고 있던 쿠로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표정변화가 크진 않았지만 탁하게 질린 안색만 봐도 쿠로오가 얼마나 절망하고 있는지 훤히 들여다보였다.

“뭐 하고 섰어! 얼른 안 나가?”

“...저번 달 월급은..”

“뭐, 월급? 네가 지금 월급소리가 입에서 나와? 방금 네가 한 짓 잊었어! 지금 돈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사장은 버럭 화를 내며 열을 올렸다. 얼굴이 벌게져선 자칫 하면 한 대 칠 것 같은 기세였다.

“하지만..”

“아니, 어린놈이 아직도 말대꾸야! 내가 옷까지 직접 벗겨줘야 나갈 거야, 어?”

쿠로오가 힘없는 목소리로 따져봤지만 사장은 더 노발대발며 소리를 질렀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탈의실이었지만 분명 소리는 저 얇은 벽 너머까지 들릴 것이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관심 가져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쿠로오의 어깨가 땅 끝까지 내려앉았다.


추적추적.

쿠로오는 살갗이 비치도록 젖은 셔츠를 마지못해 벗어내고, 여전히 물기는 닦지 못한 채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곤 조용히 가게를 나섰다.

입고 온 옷이라곤 조금 두꺼운 후드티 하나가 다였는데 안이 젖은 채로 옷을 입으려니 차가운 밤공기에 잔뜩 젖은 배가 시렸다. 분명 옷을 입고 있는데도 바람이 천을 뚫고 저를 공격하는 기분이었다.

가게를 나서면서 쿠로오가 마지막으로 들은 말은 ‘예의도 없는 고아새끼’였다. 축축히 젖은 웨이터 복을 탈의실 한구석에 얌전히 개어두고 나왔는데, 씩씩거리며 나갔던 사장이 돌아와선 그걸 본 모양이었다. 받아준 은혜도 모르고 빨래도 안하고 갔다며 내던진 말이었다.

'고아새끼. 고아자식.’

항상 듣는 말이었다. 그럼 그렇지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 받으니 싸가지가 없다고, 쿠로오에게는 언제나의 끝맺음과도 같은 말이었다. 이번 일자리도 그렇게 똑같이 끝이 났다. 또 어딜 가서 일을 구해야할지 걱정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점점 발걸음이 더뎌졌다. 안그래도 노동에 지친 몸은 알코올에 푹 절어 더 아래로 축축 쳐졌다. 가게가 있던 시내에서 한참을 벗어나니 우중충한 판잣집이 즐비한 달동네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뿐인 쿠로오의 보금자리였다.

무거운 다리를 옮겨 계단을 올라갔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늪에라도 빠진 것 마냥 발목이 죄어왔다. 한숨은 나지 않았다. 너무 추워서 한숨을 내쉴 만큼 입을 달싹이기도 힘들었다. 닭살이 돋아 오돌토돌해진 피부가 간헐적으로 떨려올 뿐이었다.

끼익하고 녹슨 철문의 쇳소리가 들렸다. 따뜻한 물은 기대도 안했다. 그저 술 냄새만 빨리 지우고 잘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났다.




_continued



꽁치빌라 건물주 twitter: @rin_kkong(101)

린꽁치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